이 곳은 재미와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이 곳은 재미와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을까?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8.2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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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8회] 새로운 일을 구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여덟 번째 이야기.

 

캔모어 주민센터 앞에는 이렇게 록키 산의 이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캔모어 주민센터 앞에는 이렇게 록키 산의 이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한 달에 방값 650불, 핸드폰 통신비 50불, 식비 포함 생활비 300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숨만 쉬어도 1000불 그러니까 한화로 약 90만원 정도가 든다. ‘한국이랑 비슷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외식을 한 번도 안 하고, 대중교통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헬스케어(캐나다 알버타주 무료 의료 서비스 혜택)를 발급 받으러 옆 동네 밴프에 갈 때만 해도 왕복 버스비 12불이 들었다. 왕복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말이다. 외식을 한 번 한다고 생각하면… 일단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은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그나마 캐나다에서 세금이 가장 저렴한 알바타주에 살고 있기에 5% 세금이 계산서에 포함이 되고, 여기에 팁을 최소 15% 줘야 한다. 보통의 가격인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30불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국밥 한 그릇 먹을 만한 곳은 있지 않을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 곳은 없다. 크림치즈 베이글 정도 먹는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 밥이 아니지 않는가.

이 곳에서 먹고, 자고, 숨만 쉬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며 여유롭게 캐나다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해야 했다. 새롭게 면접 본 곳은 레스토랑 서버 자리였다. 영어도 잘 해야 할 거 같고, 프로 서브(주류를 판매하는 곳에서 일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도 없었기에 기대하지 않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보자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약간 자유로운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나? 나는 웬디라고 해. 이번주 목요일 시간 어때?”, “응. 괜찮아.” “그래? 그럼 목요일일 아무 때나 면접 보러 와.” “아무 때나???” “응, 너 괜찮을 때 아무 때나. 그 때 보자. 안녕.” 세상에. 면접을 보는데 아무 때나 오라고? 그래서 대충 식사 시간을 피해 비교적 한가할 것 같은 아무 시간대에 갔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구나.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하늘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구나.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 이예요. 이루어 질 수 없을 지라도 생각하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 이예요. 이루어 질 수 없을 지라도 생각하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면접을 진행한 사장님은 꼭 궁금한 것들만 나에게 물어보았다. “서빙을 해 본 경험은 있어?”, “응. 있긴 있는데 12년 전에….” “오! 경력 있네!” “응. 그런데 너무 오래 되어서….” “상관없어. 캔모어에는 얼마나 있을 예정이야?”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끝나면 떠날 생각이야.” “응. 여기는 여름에만 바빠. 그 때까지 라도 도와주면 우리는 너무 고맙지. 뭐 궁금한 점 있어?” “아니.”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악수를 청하며 “웰컴(환영해)”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 하루 트레이닝을 하고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정말 얼떨떨했다. 이렇게 또 쉽게 일자리를 구했다고? 인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그런데 불현듯 스치는 생각 ‘아, 어쩌지? 나 프로 서브 자격증 없는데….’ 문자를 보내서 물어보았다. 필요하다고 출근 전까지 취득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인터넷에 후기를 찾아보니 온라인으로 취득하면 되는데 시험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하는 양이 꽤 된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우습게 봤다가 떨어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알버타주는 한 번 결제하면(25불) 시험의 기회를 5번 주었다. 워낙 어마어마한 면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그런가? 캐나다는 주마다 다른 법이 엄청 많다. 세금부터 해서 의료보험, 자격증 등등 말이다. (의료보험 혜택이나 자격증은 명칭도 다르다. 인터넷에서 모두 쉽게 검색 가능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 세 자매. 영어로 쓰리 시스터즈. 이름도 모습도 너무 예쁜 록키산.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 세 자매. 영어로 쓰리 시스터즈. 이름도 모습도 너무 예쁜 록키산.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프로 서브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제를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법들이 꽤 많았다. 일반 슈퍼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수도 없고, 길에서 술 마시는 행위도 불법이다. 무조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곳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다. 내가 일 하게 된 곳이 술집도 아니고 밥 집 인데도 말이다. (레스토랑에 테라스가 두 곳 있는데 심지어 뒤 쪽 테라스는 주류 판매 자격증이 없어서 그 쪽에서는 술을 판매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손님들에게 하면 모두 이해한다.) 가장 놀라웠던 건 ‘술에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지 않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음주가무’라는 말도 있는 우리나라에 과연 이 법이 적용된다면 지켜질 수 있을까 싶었다. 만약에 술에 취한 사람이 집에 가다가 사고가 생기면 판매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는 캐나다. 참 신기하다. 이러한 새로운 사실들이 재미있었는데 정말 공부해야 하는 양이 방대했다. 주류별(와인, 맥주, 보드카 등)로 알코올 농도도 정해져 있었다. 나에게는 이게 꼭 필요한 내용인가 싶은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음 카테고리로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동영상을 시청하고 문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벼락치기를 했고 무사히 출근 전 프로 서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캐나다 외식비는 정말 비싸다. 하지만 카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렇게 먹으면 한화로 약 5,800원.
캐나다 외식비는 정말 비싸다. 하지만 카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렇게 먹으면 한화로 약 5800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에서 나의 두 번째 직장. 과연 이 곳은 나에게 재미와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예요. 이루어 질 수 없을 지라도 생각하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빨간머리 앤>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기대되는 설레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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