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내가 스스로 찾아가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시사회 초대를 받았기에, 그리고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응했다. 이 말은 가지 않고, 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해도 내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화관 입구에서 내 이름이 적힌 좌석표를 받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불 꺼진 방에 검은 안대를 쓰고 내가 앉아 있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온다. 무엇이 알고 싶어 이곳에 오셨나요? 나는 질문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제가 꼭 무언가를 알아야 하나요? 라고 되묻는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앉아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중간고사. 자매품 기말고사. 무려 14년간 잊고 살았던 이름들을 소주대에 와서 다시 접하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소주대학교 어학당에서는 일반 대학교와 같이 학기당 두 번의 시험을 치른다. 2단계 반의 시험 종목은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맞다. 김치가 없다. 제목처럼 김치가 하나도 없다. 어쩜 배추 이파리 하나도 남지 않을 수가 있는지 김치 통에 김치가 똑 떨어졌다. 김치찌개나 김치부침개 할 때 양념으로 넣으려고 남겨 둔 김치 국물만이 김치통 바닥에 깔려 있다. 살림 20여년 만에 김치가 떨어지긴 처음이다. 추석이 다가 올 때쯤 손님맞이용으로 담근 김치가 며칠 전부터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서 사실 조마조마하고 있던 차였다. 10월은 너무 바빴다. 행사 섭외도 많았고 오지랖 넓게 옆 동네 성북구 행사에도 참여했다. 관심분야가 있어 신청한 대학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지난 9월 말. 군대 훈련소에 들어간 둘째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충성 21x 훈련병 OOO엄마 아빠 잘 지내고 계시지요?저는 아직까진 크게 힘든 훈련이 없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소대 사람들도 전부 좋은 사람들 같아요. 그런데 나이들이 다 너무 많아 여기서도 저는 막내노릇을 하고 있습니다.이곳에 들어오던 첫날. 생각보다 당황도 많이 하고 위축돼서 2일 째였나 3일 째였나 그냥 나와 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3일 째 되던 날, 성당에 갔다가 엄마 아빠가 써준 편지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주말 저녁, 지인 딸의 생일선물을 사고자 서점에 들렀다. 열 살 아이들의 취향에 대해서 잘은 모르나 이전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그림작가의 매혹적인 그림책이라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 번째 서점 방문이지만 뭐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길거리 벤치에 언제부턴가 저런 가운데 팔걸이가 생겼다. 말이 팔걸이일 뿐 실상은 노숙자분들이 눕지 못하도록 방해물을 만들어 놓은 거라고 했다. 의자를 볼 때마다 가끔 생각한다. 그래도 찾아보면 편하게 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오늘은 내친김에 신발을 벗고 직접 누워보기로 했다. 운동을 하느라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던 사람들이 나를 힐끗 보면서 지나간다. 멀쩡하게 생긴(내 생각에) 여자가 낮술을 x먹었나. 왜 저기서 이리저리 몸을 구부렸다 폈다하며 들어 눕고 난리야? 뭐 이런 눈빛이다. 뭐 그러거나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곡식도 무르익고 하늘은 한껏 높아졌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족하지만 예전에는 곡식이 열매를 맺는 가을이야 말로 먹을 게 넘쳐서 말(馬)도 살찌고 사람도 풍족하게 먹는 계절이 가을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을을 좋아했다. 낙엽이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이 좋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스산한 기운도 좋았다. 한 여름 뙤약볕에 지친 몸과 마음이 몇 개월 간 너그러워질 수 있는 계절이어서 좋았다. 대게 여자들은 봄이 오면 설레고 기분이 좋다는데 나는 봄보다 가을을 더 사랑한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10월을 한참 지나고 난 스톡홀름은 짐짓 어둡고 을씨년스럽기 시작한다. 불과 한 달 여 전 세상을 그토록 찬란하게 비추던 화려한 태양의 향연은 끝났다. 이제 서서히 해는 짧아질 것이고, 축축하고 어두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다.‘천고마비(天高馬肥)’로 불리는 높고 맑고 파란 한국의 가을 하늘과는 사뭇 다르다. 바야흐로 스웨덴은 우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은 여름이 고온건조하고 겨울이 저온다습하다. 한국이나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이 여름에 우기가 오고 겨울에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열두 개의 떡을 얻었다. 그리고 그 중에 아홉 개를 이미 먹어 치웠다. 남아 있는 떡은 이제 세 개 뿐이다. 이걸 가지고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꿀떡꿀떡 먹어버린 아홉 개의 떡값까지 치루기 위해 지금부터 세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내가 허비한 시간들과 남겨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10%의 반성과 90%의 변명 정도로 끝나 버릴까봐 쓰기도 전에 겁부터 난다.달리기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열심히 달리지 않는다.수영 선수가 되겠다고 큰소리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긴 국경절 연휴 끝에 되돌아온 일상, 그 끝자락에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띈다.첫 번째 변화는 부쩍 서늘해진 아침저녁 기온이다. 6월 5일 처음 소주에 입성한 후 어느덧 넉 달, 그동안은 다른 계절이 존재하지 않는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솔렌투나(Sollentuna)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32)은 8년 전인 24살 때 2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다.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크리스틴은 심각한 대인 기피에 공황 장애까지 앓고 있었고, 초기 조현병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던 것이다.한 번은 근처에 살고 있는 엄마에 의해, 또 한 번은 친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크리스틴은 이후 병원의 심리 상담 치료와 코뮌에서 운영하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치유 모임을 통해 우울증을 치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이외수 작가님의 이라는 소설을 꺼내 다시 읽었다. 실직한 아빠에게 딸이 말한다. 아빠 대신 껌팔이라도 하겠어요. 그 부분에서 예전 까마득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광화문에서 껌을 팔아본 경험이 있다. 진짜다.그것도 애 낳고 30대에 말이다. 결혼 하고도 뻔질나게 친정을 드나들며 엄마 주머니를 축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막내가 얄미웠던지 어느 날 작은언니가 작심하고 쏘아붙였다.“넌 엄마 없으면 어떻게 살라 그러냐?”“없긴 왜 없어. 맨날 있을 거거드은.”“그 나이 먹도록 애까지 낳고 참 자알 한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의 한 IT 기업에 취업한 정 모 씨(38세는 6개월 전에 동갑내기 아내와 12살 아들을 데리고 스웨덴에 왔다. 처음 3개월 동안은 회사에서 마련해 준 임시 주택에서 혼자 지내다가 석 달 전 정식으로 방 2개, 거실 1개짜리 임대 주택을 마련하면서 아내와 아들을 데려온 것이다.장 씨가 한 달에 쓰는 생활비는 대략 2만 8000 크로나(약 340만 원)다. 그 중 5000 크로나(약 60만 원) 정도가 생활을 위한 식재료비이고, 2000 크로나(약 24만 원)는 가족의 교통비, 그리고 2000 크로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가장 두려운 시기는 언제일까? 열이면 열, 이구동성으로 긴 방학을 꼽지 않을까 싶다. 약 한 달 전, 여름방학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톡으로 이야기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 북쪽 공업 도시인 룰레오(Luleå)애서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는 45세의 알란 한손 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한다. 12시까지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싸온 간단한 도시락을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내지만, 이 시간에도 한손 씨는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손 씨는 오후 4시까지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다.4시에 퇴근한 한손 씨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집 근처 호숫가의 작은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한손 씨가 애지중지하는 크지 않은 보트가 있는데, 보트를 몰고 호수로 나가 두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남편은 2박3일 제주도로 연수가고 나 혼자 오늘도 산에 올랐다. 가을이라 솔솔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기분 좋게 샤샤 훑어주고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소리의 청량함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 할머니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한참 산을 오르고 있는데 길옆 수풀에서 할머니 한 분이 까만 비닐에다가 뭔가를 부지런히 주어 담고 계셨다. 처음엔 도토리나 밤을 주우시나 보다 그랬다.“그거 주워가면 다람쥐가 겨울에 굶어요. 할머니!”뭐 이런 참견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눈길만 흘큼 주고 지나가려했다. 그런데 내 눈에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중 365일을 바쁘게 보내는 예술인들도 많겠지만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우리 난타팀은 1년 중에서도 봄, 가을에 제법 공연을 하는 편이다.얼마 전, 추석 즈음에 전통시장 상인회 섭외를 받고 한바탕 신나게 두드리고 온 적이 있다. 시장 안 임시로 설치한 무대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했고 음향 팀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잠시 난감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특색 있는 등장과 물을 이용한 퍼포먼스는 추석 장보러 나온 주민들이나 주최 측 모두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다는 평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시민님의 말 한 마디가 시민님의 응대 상담사를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상담사를 가족이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조치에 의거하여 고객응대 근로자에게 성희롱 폭언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의해 법적 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서울시 다산콜센터 120에 전화하면 상담사와 통화하기 전에 들을 수 있는 음성 안내다. 서울시 다산 콜센터 뿐 아니라 이동통신 고객 센터나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등 전화로 상담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표현은 조금 씩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라오스에 여행 와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재미와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만도 한 보따리.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한쪽으로 쑤욱 밀쳐놓고 지금부터 다른 이야기 하나를 해보려 한다. 라오스에는 COPE 센터(1997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재활의료센터를 통해 베트남 전쟁 당시 투하된 폭탄과 지뢰로 팔, 다리를 잃은 피해자들에게 재활치료와 보조기구를 제공해주고 있다)라는 곳이 있는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을 데리고(질질 끌고) 이곳을 찾았다.“좀 있으면 군대 가는 나한테 왜 이래 엄마.”“전쟁이 얼마나 나쁜지 알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모 인터넷 포털 웹툰 중에 ‘안녕, 대학생’이라는 제목의 웹툰이 있다. 나이 서른의 주인공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 신입생이 되어 그려내는 학창 생활 겸 사랑 이야기다. 처음 그 웹툰을 보았을 때 주인공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