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정길호]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것이 아닌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지구촌의 관심이 “환경 파괴를 막아 지구를 살리자~!”처럼 사회, 더 나아가 지구적 관점에서 공리를 위한 관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해결하려는 최우선 과제로 인해 우리 사회, 제 분야의 속도가 늦춰지는 상황하에 그동안 감춰지고 왜곡되었던 우리들의 민낯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사건 사고를 보면 공포와 좌절을 겪고 난 후에 분노 표출 현상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기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당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의학 저널 렌싯(The lancet)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전염병으로 인한 트라우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격리 생활로 인한 우울증‧정신장애‧과민증‧불면증‧혼란‧분노‧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행동으로 옮겨지는 증오와 분노 표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한국 교민들이 집중 거주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 업소 세 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수사 중이나 현지에서 인종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연방수사국(FBI)도 수사 지원에 나섰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을 보면 역사적으로 1923년 관동대지진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 간토 대학살사건은 혼란의 와중에서 일본 민간인과 군경에 의하여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조선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대표적인 증오 범죄 사건이다. 조선인 희생자 수는 무려 6,000여 명에 달했다.
일부 신문에 사실확인도 없이 보도되었고, 보도 내용에 의해 더욱더 내용이 과격해진 유언비어들이 아사히신문 등에 다시 실림으로써 “조선인(또한 중국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거짓 소문이 각지에 나돌기 시작했다.
필자는 문득 마녀 사냥식의 간토 대학살 사건의 기원은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전염병 사건 때에 유대인 학살 사건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348년부터 1350년까지 페스트가 전 유럽을 휩쓸었다. 대참사였다. 기록에 따라 차이를 보이곤 하지만 당시 전체 유럽 인구의 1/4 혹은 1/5이 사망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페스트균은 숙주인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전염병의 이름은 물론이고 그 원인조차 몰랐다. 그런데 책임을 엉뚱하게도 600년 후에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덮어씌운 것처럼 유대인들에게 전가시켰던 것이다.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어 전염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몇몇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이는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 이렇듯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증오‧분노의 범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또한 증오 범죄의 대상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공통적으로 소수민족‧노약자‧여성들이 주로 희생되곤 했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도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 등과 같은 분노나 증오로 인한 ‘묻지마 범죄’에 대비한 예방과 더불어 코로나 사태의 후유증을 치유할 계획을 면밀히 수립해야 할 때이다.
우선, 사회적으로 제 분야의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분노는 대체로 권력의 감정표현인데 과거에는 신(神)만이 분노할 수 있었고 그 뒤로는 계급, 성별, 인종 등으로 분노할 수 있는 존재와 못하는 존재로 나뉘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모두가 분노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발달로 더 활발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는 특히 분노가 가득하다. 자신의 견해와 맞는 사이트만 보고 또 보여준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증편향이 생긴다. 유튜브도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것만 보여준다. 그리고 표현은 익명에 가려져 자신의 분노를 담아 보낸다.
이렇듯 1인 미디어의 폐해를 막고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해야 할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들은 진영 논리에 얽매여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오히려 자신들이 특정 편향적 사고와 표현으로 사회를 정화하기는커녕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진영 논리보다는 사회통합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심리방역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감염자나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 모두 정신적 고통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의료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확진자들은 치료 후에도 재감염 우려와 사회적 낙인, 사회학 용어로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 오명‧낙인)를 우려한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감염된 사람들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색출하려는 시도를 자제해야 하고 사회통합 차원의 사회 전체 대상 통합 접근법(Whole of Society Approach)을 활용해야 한다. 심리방역 주체는 의료기관이나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가 방역 주체라는 생각과 자세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기에 강한 민족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구 구석구석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제 분야에서 경쟁우위와 좋은 징조 등을 보이고 있다.
서방 선진국 회의인 G7 회의에 대한민국이 초청되고 ‘2021년 들어 선박‧자동차‧반도체‧IT‧전자 제품‧의료용품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소비심리 지수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3월 26일 IMF에서 ‘2021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3.1%에서 3.6%로 비교적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렇듯 우리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재난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노약자‧장애‧아동 등 취약 계층까지 배려와 소통을 통해 이뤄낸 값진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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