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비대칭 상황에 가중되는 취약계층의 고통
고통의 비대칭 상황에 가중되는 취약계층의 고통
  • 정길호
  • 승인 2020.10.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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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위클리서울=정길호] 모든 관계와 현상에는 상대가 있다. 주인이 있으면 손님이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노동자와 고용주 관계, 임대인이 있으면 임차인 있고 대기업과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도 이에 해당된다. 또한 주도권을 쥔 쪽을 ‘갑’이라 하고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쪽은 ‘을’이라고 칭한다.

이렇듯 사람이 사는 사회는 관계가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관계인끼리는 균형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둘 사이의 관계 균형은 짧고, 불균형은 길게 마련이다. 양쪽은 각기 다른 자원과 권력 및 권한, 정보를 보유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데 많이 가진 쪽과 덜 가진 쪽이 있는 이른바 ‘비대칭’ 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많이 가진 쪽은 주도권을 가지며 그렇지 않은 쪽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라고 표현한다. 사회적 약자는 위기 상황에 취약하여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계 소득 감소 등으로 점차 한계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큰 계층이다.

  2020년 초, 인류에게 찾아온 대재앙,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인류가 겪은 미증유의 사건이다. 인류 탄생 이후 국가간 교역에 의존하는 비중이 최고 수준일 것이고 이동 통신 수단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경험으로 볼 때, 재앙이나 국난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장 빨리 최고조에 달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들 중 허리에 해당되고 정치·경제·사회 등 제 분야에서 중요한 구성원인 중산층까지 붕괴가 가속화된다.

현재 우리는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 이전에 취약계층의 고통을 분산시키는 대안을 마련할 때이다. 지난번 긴급재난소득 지급은 중소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긴급히 자금을 풀어 소비 진작에 총력을 펼쳐 좋은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외식이나 생활필수품 위주의 소비를 촉진시켜 연이은 중·소 상인들의 매출이 진작되고 관련 산업의 매출 증대 및 제조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어 그동안 단기 효과를 목적으로 실시한 정책이 임시 방편적일 수밖에 없었고 현재까지 사회적 약자를 염두에 둔 근본적 대책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8일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99%상생연대'는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상위 1% 기득권의 위기에는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방역 대책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99%의 중소상공인과 노동자, 취약계층에게는 미흡한 지원정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저소득·취약계층·소상공인 등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간산업기금, 긴급재난지원금, 중소기업·소상공인긴급대출, 고용유지지원금, 착한임대인제도, 피해업종 맞춤형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중소기업과 하청업체의 부담을 대기업·원청이 분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또 영업제한 조치가 상가 임차인들과 노동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상가 임대인들에게도 미치도록 모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 이를 위한 입법·정책적 방안을 제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게 해야 결국 재벌 대기업과 상가 임대인들에게도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을 같이하도록 구체화하는 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많은 중소제조업체 노동자들은 유급·무급휴직, 임금동결, 희망퇴직 등으로 소득이 급감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지만, 40조에 달하는 기간산업기금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등에 대한 최소한의 고용유지 조건도 제대로 담보되지 않아 국민 혈세로 대기업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경제성장이 멈춰 취업 기회가 축소된 상황에서 서울 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청년 지원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가 국내 최초로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사회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초구는 “요즘 코로나19로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사라져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회 진입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가장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계층이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은 연령대를 기준으로 보면 노인, 아동, 청년, 그리고 성별로는 여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노인과 아동에게는 노령연금과 아동수당 등 기본소득과 유사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청년에게는 이러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여겨진다.

  먼저 서초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1년 이상 서초구 거주 만 24~29세 청년 1,000명을 모집해 두 개 집단으로 나누고 300명은 조사 집단으로 선정해 2년 동안 매달 1인 가구 생계급여에 준하는 금액(2020년 기준 월52만원)을 지급하고, 이들에 대해 2년간에 걸친 온라인 서베이와 심층면접을 통해 정기적으로 구직활동, 건강과 식생활, 결혼과 출산 등 사회적 인식과 태도 등을 조사함으로써 청년기본소득이 청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향후 서초구청의 사례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며 타 지방자치 단체로 전파되길 바란다.

  또한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사회복지 시설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연탄은행이나 무료급식소 등에 대한 후원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특히 올들어 코로나19와 수해 극복 등을 위해 기업, 단체, 개인들이 이미 기부를 하면서 연말연시 집중적인 모금을 통해 한 해 사업을 수행하는 복지단체들은 이번 겨울 후원이 줄어들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넘기 힘든 고통임에 틀림없다. 

  이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종합 대책과 경제시스템 복원에 방향을 맞추고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국난을 극복했던 역사적 교훈과 경험이 말하듯, 위기 상황에서는 여론의 양은 많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혹세무민 등 문제해결에 방해가 되는 소음(Noise)과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고 사회적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사람이나 해결책(솔루션)인 핵심(Core)을 구분해야 한다. 집권세력은 단기적 인기몰이나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의도가 순수하다면 소신껏 정책을 펴야 한다.

결과는 차기 선거로 심판을 받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이르는 독재 정부가 아닌 민주정부이다. 국가 주권의 주체인 국민들도 선거에서 본인이 선택한 정부를 믿고 정권이 완벽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국민인 본인이 주체적이고 주인의 입장으로 정부와 합심하여 현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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